바람의 뼈로 지은 집
바람이 제 갈비뼈를 꺼내어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은 집
들어가면 바람 소리만 가득 차 있는 집
그 가득 찬 틈새로 햇살이 빗살무늬를 그리는 집
오래 전 헤어진 누이동생이
그 누이의 잃어버린 꽃신 한 짝이
오도카니 앉아 바람 소리만 듣다 가는 집
지금은 어느 먼, 내가 갈 수 없는 곳에 있는 네가
걷거나 고개를 갸웃하거나 손을 흔들 때 일으킨
기척이
그 기척이 일으킨 바람이
지구를 반 바퀴쯤 돌아와 내 뺨에 닿는 집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익숙하던 일상이 새삼 낯설어 두리번거리게 되는
바람이 그쳐도 바람이 부는 집
바람의 미술관, 혹은 風박물관은 제주도가 제 2의 고향이었다는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이다. 제주도의 생태 휴양형 주택단지 비오토피아 안에 물박물관, 돌박물관과 함께 자리 잡고 있다. 바람의 미술관은 가둘 수 없는 바람을 전시하기에 꼭 알맞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공간 속으로 바람은 언제든 들어오고 잠깐 머물다가 언제든 나갈 수 있다. 조용히 앉아 바람의 소리에 귀기울이면 아주 먼 지난 생의 인연이 잠깐 되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비가 오시거나 눈이 내리는 날에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