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
다시가고싶은 그곳
돌(石)과 빛(光)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성전, 가루이자와 돌의 교회 (우치무라 칸조 기념당)
마치 숨바꼭질 하듯, 울창한 수풀 사이에 숨겨진 입구 조형물(파고라)은 돌과 나무, 유리의 자연친화적 재료에 독특하고 세련된 첫모습이다. 뭔가에 이끌리듯 한 발 들어서니, 섬세하고 유려하게 쌓아올린 돌담길이 저절로 길을 안내한다.
순례자처럼 곡선으로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걷다보면 저만큼 아치형의 돌구조물이보인다.
땅속에서 불쑥 솟아오른 듯, 아득한 옛날 외계인이 만든 고대 유물인 듯. “돌의 교회 우치무라 칸조 기념당”.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 위치한 일명 ‘돌의 교회’는 1988년 미국의 건축사 켄들릭 켈로그가 설계하였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유기적 건축사상을 계승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아시아에서 설계한 유일한 건축물이다.
일본의 결혼식용 교회는 종교와 상관없이, 규모는 작지만 특별하고 아름다운곳이 많다. 도쿄의 젊은이들이 결혼식 장소로 가장 선망한다는 교회가 바로 여기다.
다시, 교회의 돌담길은 자연스레 지하층 입구로 이어지고 그곳에는 우치무라 칸조를 기념하는 전시실이 있다.
일본 메이지시대 기독교 사상가인 우치무라는 ‘기도하고 싶은 자가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곧 교회’라는 내용의 ‘무교회 사상’을 통해
무분별한 교회확장을 경고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그의 사상이 돌의 교회 곳곳에 깃들어 있다.
전시실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정말 경이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어둠속에서 아치형의 높은 돌천장(실제로는 콘크리트) 사이에서 쏟아지는 빛줄기,
양치식물이 덮여있는 석벽 사이로 떨어지는 물소리, 커다란 창밖으로 펼쳐지는 가루이자와의 순수하고 청아한 자연,
이 모든 것이 한 순간, 한 눈에 펼쳐지면서, 침묵과도 같은 엄숙한 분위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지붕을 덮고 있는 두 재료, 즉 돌은 강인한 남자를, 유리는 섬세한 여자를 상징하며 아치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아기자기한 느낌보다는 강렬한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입구 파고라에서부터 돌담길, 교회 내부까지의 여정, 그 모든 것 하나하나가 조화롭고 평온하며 또 이렇게 신비롭고 경건할 수 있을까.
특히 어둠과 빛의 반복적인 연출과 변주, 천창의 유리를 통해 쏟아지는 햇살은 태양의 궤적에 따라
시시각각 색다른 모습으로 생경한 감동을 주고 있으니, 돌의 교회 아니, 빛의 교회라 부르고 싶다.